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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14. 2020

계절을 잊은 탓일 게야

-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은 네 옷이 아니다

계절을 잊은 탓일 게야

-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은 네 옷이 아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떠나온 계절을 못내 아쉬워

그리움의 미상으로

남으려

네 존재를 알려야만 하였는가


봄에 잎보다 더 무성하게

어여쁘게 피어난 것을


난 지난봄에

일찍이 가파른 소군산에 올라

유령인 듯 헤매던 기억이

아스라이 지났던

옛 마음이 되어갔었던 날을

기억한다


너는 계절 탓으로

나는 네 모습에 반해 홀릭되었더구나


계절 탓만 하면 무엇하리

차라리 애당초

처음을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다. 너는


굴곡 긴 길에 사연 달아

또다시 피어났을 적에는

그만한 충분한 감내의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말이다


따뜻한 양지 녘에 피어난

한 두 송이 꽃이 피었다고


내게 전체를 말하려 함인가


아직까지 못다 한 할 말이 남았는지

떠나오고 늦은

만동(滿冬)이 뜨는 길목에서

왜 이리 비참하게 피어났어야만 했는지를


나는 그 질문에 답을 회피하고 싶다


이유도 묻지 말거라

살아가다 보니

여기 맞추면 그게  맞춰지면

정답이고


내 몸에 들어가지 않는 옷도

내가 살을 빼면 들어가듯이


너도 나처럼

나도 너처럼

이렇게  궁상맞게

살아갈 필요까지는 없지 않으냐 말이다


너는 피지 말아야 할

운명을 지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절을 잊은 탓에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은 네 옷이 아니지만

내 탓은 더욱 아니길 바라는구나


2020.11.13  봉화산 배부른 산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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