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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9. 2016

버림의 미학

- 비우는 마음

버림의 미학

- 비우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관습적인 오래된 습관과 마음은

저축하지 말고 버리자


냉장고에 이름 모를 오래된 음식들과


옷장에 제발 한 번만이라도 입어 달라고 하는 옷들과


신발장에 쾌쾌 묵은 신발들과


휴대폰에 어쩌다 생각나서

걸지도 못하는 여운으로

미련됨에 남겨두는 전화번호들과


장롱 속에 켭켭이 쌓여 곰팡이 냄새나는 이불들과


듣지도 않으며 저장소에 오래된

추억 속에 노래의 테이프들과


풍경에 가려 하루 두 번 돌아가는 멈춰진 시계와


비만 오면 생각나서 고치지도 않고 사용 못하는 우산과


읽지도 않고 눈요기만 하는

빛바래 먼지만 수북이 쌓여가는 책들과  


그녀의 자전거

어릴적 동심의 아련한 추억의 기억속으로 바람따라 떠나 싣고 왔던
그녀의 마음을 실은 자전거와
자전거를 바라보던 옛 마음 된 옛 사랑과
그 언덕 풍차 밑에 하늘 바라보며  
팔베개  해주던 떠나가는 하늘 아래 벗 삼아 초록의 만삭에
두 팔 벌려 안아주 던 그 포근함이 그리운 자전거와
오다 가다 비 바람에 부딪혀 뽀얗게 내린
흰 서리에 먼지만 수북히 쌓이고  씻겨가더라도
모난 모진 세월을 함께했던 그녀의 자전거
어느 누구 하나 지나가는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고독의 쓸쓸함이 더해가는
지난 세월을 탓하지 않는
낡고 오래된 바람 빠진 자전거와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운동기구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 무게를 들 수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방안에 운동 기구들로 가득 구경만 하는

짓눌린 마음의 무게와


아쉬워하면서 늘 생각의 무념된 잡념들과


하루 동안 지나도 남겨두어 버리지 못하는 습관과


늘 시간에 쫓기어

같은 곳을 서성이며 배회하는 마음과


시간의 노예가 된 지 오래되어

늘 반복에 헤매는 마음과


그리고


몽당연필과 몽당 지우개

내가 버리지 않고 아직 까지 쓰는 이유는


그것이 닳아서 헤이고 없어지고

마지막 남은 미련도 쓰고 지우고

잊히기 위함이더라


계곡의 물소리에 잠시라도 기대는 것은

이 물줄기가 멈추지 않고 떠나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를 못한다


다만 그것이야 마음에 두지 않는 이유가 되더라도

누구를 알고 누구를 많이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한 마음을 가지고 있냐 하는 마음이 소중하다


잠시 내 곁에 있더라도

가질 수도 없고 버릴 수 없는 마음이

그것이 참됨 마음을 지니지 못하였기 때문이거니와


버리는 마음을 늘 곁에 두어

욕망과 과욕과 애욕에 대해

미련에 힘쓰지 말도록 하며

수양을 쌓도록 정진해야 한다.


버리는 것이 곧 무탈이며

버려야 함이 곧 병을 낫게 하니

버리고 비우는 마음이 곧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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