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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15. 2020

허물

- 갈대의 바람

허물
- 갈대의 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밭에

노니는 작은 새야

서산에 해지고

짝 잃어 헤맨 마음

갈대숲에 숨었네


갈바람에 흔들려 오는

갈대의 마음을

달래주려 떠나왔나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 들녘에

작은 새는

어디서 둥지를 지새울까


꽃피고 새울 던 지난날에

갈대의 바람은

이리저리 흐느껴 우는데


제 몸에 살을 비벼대야

울 어제치는 갈대의 가슴을

살갗의 아픔을 인내하는 마음을


찬바람 불어오는

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는 너를 위해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허물을 벗어던진다


작은 새여

비롯 제 곡조를 울부짖지 못한

설움이 복받쳐 오더라도


갈대의 허물은

너를 찾기 위한

모종의 암시라는 것을


조용히 불어오는 고요한 갈대숲에

숨어서 흐느껴 우는

네 모습을 찾기 위해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2020.11.10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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