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 산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아
네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없는 이곳에 다시 올라왔네
내 갈 길이 어디 메인 지
지난 이곳에 서서
천하를 두루 섭렵 하 듯하니
아직도 천년 묵은 이무기가
하늘을 원망하며
가리왕산 산세의 위엄에
맥국의 갈왕도
숨어 지내 떠나지 못하였거늘
그 기운 탓에 눌러
떠나지 못하는 한이 서린 이곳이
바로 가리왕산이었네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의 한이 서린들
주목의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는
갈 길 잃어버려
맴돌아 서성이는 시간 속에서
이미 정해져 가는 이 길에 묻고
이 길 뿐이었다고 말한다
산이 있어 그리운 사람아
네가 남긴 흔적 따라 떠나왔으니
내 갈 길은 어디서 멈추면 되겠소
가리왕산에 눈이 내리고
아리랑 고개 고갯길 마루마다
넘나드는 사연 싣고 떠나왔는데
이곳에서
정선 아리랑 가락 장단에
옛 아리랑의 처자의
구슬피 울어 불러보는
조양강 물길 따라 흘러가야
꼭 사연을 들어야만 합디까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의 아라리 처자의
한 많은 이 세상에서
떠내려온 물살에 낙엽 한 장 주워 들고
이 마음이 배 타고 떠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리오
그대
정선 아라리 별곡을 불러 주오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 처녀여
저 강을 건너지 마오
그대 거기 있으면 내가 건너가리오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한 세상
내가 먼저 건너오면 어떻고
그대가 나중에 건너오면 또 어떡하리오
언제나 그 마음이
언제나 그 빈자리에
언제나 그대의 발자취가 되어왔는데 말이오
세상살이에 찢기어 흩어진
내 마음의 상처도
곧 이 겨울 지나 춘삼월에 겨울이 녹아
아지랑이 등쌀에 못 이겨 피어나는
그대의 움트린 마움도
나의 마음에도 새살이 돋아나듯
또 다른 이정표로 남겨질 것이라 보오
2013.2.3 가리왕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