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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7. 2020

가리왕산

- 산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아

가리왕산

- 산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아

네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없는 이곳에 다시 올라왔네


내 갈 길이 어디 메인 지

지난 이곳에 서서

천하를 두루 섭렵 하 듯하니


아직도 천년 묵은 이무기가

하늘을 원망하며

가리왕산 산세의 위엄에

맥국의 갈왕도

숨어 지내 떠나지 못하였거늘


그 기운 탓에 눌러

떠나지 못하는 한이 서린 이곳이

바로 가리왕산이었네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의 한이 서린들

주목의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는


갈 길 잃어버려

맴돌아 서성이는 시간 속에서

이미 정해져 가는 이 길에 묻고

이 길 뿐이었다고 말한다


산이 있어 그리운 사람아

네가 남긴 흔적 따라 떠나왔으니

 갈 길은 어디서 멈추면 되겠소


가리왕산에 눈이 내리고

아리랑 고개 고갯길 마루마다

넘나드는 사연 싣고 떠나왔는데


이곳에서

정선 아리랑 가락 장단에

옛 아리랑의 처자의

구슬피 울어 불러보는

조양강 물길 따라 흘러가야

꼭 사연을 들어야만 합디까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의 아라리 처자의

한 많은 이 세상에서


떠내려온 물살에 낙엽 한 장 주워 들고

이 마음이 배 타고 떠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리오


그대

정선 아라리 별곡을 불러 주오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 처녀여

저 강을 건너지 마오

그대 거기 있으면 내가 건너가리오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한 세상

내가 먼저 건너오면 어떻고

그대가 나중에 건너오면 또 어떡하리오


언제나 그 마음이

언제나 그 빈자리에

언제나 그대의 발자취가 되어왔는데 말이오


세상살이에 찢기어 흩어진

내 마음의 상처도

곧 이 겨울 지나 춘삼월에 겨울이 녹아

아지랑이 등쌀에 못 이겨 피어나는


그대의 움트린 마움도

나의 마음에도 새살이 돋아나듯

또 다른 이정표로 남겨질 것이라 보오


2013.2.3 가리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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