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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9. 2017

해금(奚琴)

- 은한

해금(奚琴)

- 은한


                                               시. 갈대의 철학[蒹葭]



가야금 12줄 사랑에

고향 떠나온 십리 타향살이라지만

님 떠나온 고갯마루 길마다 넘나드는 이에게

아리랑  사연 들어 달라

애환도 실어 보내 달라 하다 보니

어느새 그대의 몫은

나그네의 마음을 지척에 두었더구나


네 곁에 서면

한 마리 학처럼 날아올라

한 올 한 올 수놓을 때마다

하나하나의 선율에 닿는 마음이

인연 된 억겁(劫) 만나게 되고


거문고 6줄 사랑이

오작교를 건너야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는

기다림 길의 끝이라지만


떠나간 님  언제 다시 만나려나 

오매불망 기다려온 마음을 곁에 두어도

이른 새벽 먼길 찾아 나서는 마음은

익히 까치가 정답게 지저귀어도

님 소식 아득하게 들려오기만 하더이다


애태우듯 타는 듯한 마음을 두고

어깨에 매인 통기타 연주에 흥을 돋워 다가섬도

팔자에 없는 사랑가 타령도 불러보고

그 소리를 익히 켜는 심정을 담아본 들

바다의 깊은 마음을 어찌 알겠냐마는

일 년이 아닌 십 년을 기다린들 어떠하랴


아쟁 7줄 사랑이

행운의 목줄을 안겨다 주는

너에 대한 구수한 소리라 칠세면

이 세상의 행복을 모두 담는다고 자랑타 마라

그 소리의 마음을 애잔하게 울려도

네 마음이 어디까지 인지는 알 길이 없나니


해금奚琴 2줄에 닿는 사랑아

천상에 흰나비 한 마리 날아와

한쪽 날개의 퍼드덕임에

네 마음도 들켜주고

다른 쪽 날개짓에 날아오르는

그대 이상의 나래를 꿈꾸면서 말이다


하늘의 천심天心을 들려주는 너의 마음이 있어

땅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마음이 되었고

그 둘의 마음이 바다를 헤아리는 마음과 같았더구나


그대의 해금된 마음이여

슬픈 바다의 애곡을 위한

사랑의 아리아를 들려 주오


제 곡조를 이기지 못한

나의 슬픔은 뒤로 한채로

바다 위 벼랑 끝에 놓인

낙락장송의 마음도 불러 주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함께 하고

잊히며 묻혀 가는 것이 세상살이 라 여기며

어쩌면 너와 나의 숙명의 만남도

바람과 같은 존재였나 싶더구나


외로이 지나는 바람소리도

의로이 지킬 수 있는 고운 자태도

떠나온 뱃고동의 울어 치는 소리도


그 사랑은 파도가 되고

이 사랑은 갯바위가 되며

떠나간 사랑은 해금을 타고

떠나온 바람 소리에 실려 오려나


그대의 사랑을 먹고사는 해금이

익히 바다 같은 마음을 열고 파도를 잠재우듯

그대를 위한 노래였나니


그것은 한 떨기 국화보다 여린

그녀의 삶에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네

        [2017.11.27  서울 시민청에서 해금 연주 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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