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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08. 2020

누가 저 노을이 태양보다 붉다고 하였는가

- 누가 저 석양이 일출보다 뜨겁다고 하였는가

누가 저 노을이 태양보다 붉다고 하였는가

- 누가 저 석양이 일출보다 뜨겁다고 하였는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저 이글이글  가라앉는 태양에

손을 담가 보아라


그대 마음이 더 붉다면

내 손끝에 묻어난

태양빛은 그리 뜨겁지 않을 것이다


저 붉게 타들어 가는

저녁 노을빛에

마음을 담아 보아라


펄떡펄떡

막 건져 올린 따끈따끈한

전어의 자태를 보라


저 구릿빛 태양에 물들어가는

숭고한 마음이

채 가시지 않은  채


곧 식탐에 오를

미지의 맛에 취해 보아야 한다


이제야

너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한다


그제야

전어가 에어프라이에 들어가

처음의 숨 고르기가 끝난 채


지글지글

찌글 찌글

짜글 짜글


너의 풍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의 열정보다 깊지 않은


찌어 짜도 나오지 않는

기름 육수에

네 마음을 담아 본 순간이 온다


천천히 너를 음미하면서 말이다


냄새가

저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의 그을림에 물들어 간다


오늘도 전어는

늘 새로운 맛을 기대할 수준에

투구와 갑옷을 입은 채로


옷에 맞지 않은

코드를 부여받아

조용히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 중이다


2020.12.3  치악 치마바우에서 석양이 지는 길목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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