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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0. 2020

동지

- 동지팥죽

동지

- 동지팥죽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동지 동지 동짓날에

동지섣달 그믐달에

어허라 동지팥죽 한 그릇 일세


아버지 큰 새알 아홉 개

어머니는 큰 새알 여덟 개

형님은 힘이 부치지 않게

큰 새알심 많이

누나는 시집가야 한다 하여

새알심 안 먹는다 하고

누이도 나이 먹기 싫다고

작은 새알 한 개 들었네


나는 나는 큰 욕심에

큰 새알 작은 새알 동지팥죽보다

넘실 넘실 흘러넘쳐나네


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에

너무 감칠 맛에 두 그릇째


깊어가는 이 겨울의

마지막 깊은 밤에


군불 지피고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화로에 호롱불 지키는

긴긴 기나긴 섣달 고요한 밤

귀신 잡이 동지팥죽


한 그릇 두 그릇

동지 팥죽 비워지고

그리움은

오봉상 위에 하나 가득

그릇 넘치는 웃음꽃 피던 날에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누이

너나 할 것 없이

잘 먹는 나를 보고 웃음꽃 피우고

덜어준 새알심을

듬뿍듬뿍  건네주신다


올해는 애동지라

동지팥죽 쑤지 않는다니

그래도 나는

나이 한 살 더 먹고

마음은 부자가 되려네


악귀야 물렀거라

개 꾸야 물러가라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2020.12.19 섬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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