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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3. 2020

추억

- 소꿉친구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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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도시의 미관 보다도

도시의 자동차 소리들 보다도

형형색색 인위적인 색깔 보다도


시골에서 자라

개울가 물방개 잡아

물 달리기 하던 시절이 좋아라


검정 고무신 거꾸로 접어

시냇물에 소원 띄워 보내고

개울가 옆 모래사장 흙더미 쌓아 올라

고무신에 미꾸라지 건져 올리고


흥전 골 계곡길 접어들어

돌 제쳐 가재 잡아

손가락에 물러 놓아주던

그 시절 다람쥐 여우 구멍인 줄 몰라

마냥 기다리던 그 시절에


봄이면 철쭉 따라 피고 지는

그 산길을 오르내리며  

넝쿨 칡에 뱀 두르듯

칡넝쿨 감아올려


한쪽 까만 손에는 입에 빨아먹다

뱉어버린 칡즙인지

원래 까만 손이었는지


지금에 사 돌아보니

그때의 태양볕 아래 그을러

타다 말은

네 하얀 손바닥이 그립구나


여름에는 온갖

산 천하가 내 것 인양하여

깊어가는 매미소리가

더욱더 처절하지만


소낙비 피하여

잠시 머물던 원두막에

그날 참뫼 서리,

수박서리할 때가 좋았더구나


개구쟁이들 몰래 훔친

내옷아 벌거숭이 된 내 모습에

너의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이 그립구나


오십천 굽이 굽이 흘러서 가라

은빛 물결 타고

은어가 사는 곳으로 말이다


가을에는

찬서리 맞을 준비에 바빠

깊어가는 황금 들녘 바라보며

늘 꿈꿔왔던 시절


겨울이 오면  

동지섣달 그믐에

그제야 제 갈길을 잊어

발 동동 구르고

냇가에 얼음배 띄워 노 저어 가던


그 시절에 손 발이 얼어

작은 불 피워 마음을 함께 녹이고

감자 고구마 옥시기 군밤에

화롯불 피워놓고 밤새 꽃 피웠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2016.4.17 영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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