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린 마음
- 굳어버린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양안 치재 고개고개 넘나들어
어슴프레 떠오른 달을 바라보면
저 멀리서 피어오른 연기가
우리들 만남의 신호탄이 되어간다
초저녁 하늘을 뒤덮일 때쯤
작은 불빛 하나 보이면
그곳이 어릴 적 내 뛰놀던
내 그리운 고향
꿈에서 본 동산이
바로 여기로 일세
천은사 가는 길은
옛 오르는 나그네 길
한계령 못다 넘는 길은
님 못 잊어 달래 가며
기다림에 지쳐
그리워서 못 넘어가는 길
대관령 오르는 길은
우리 아들
과거 급제 소원 빌며
목숨 바쳐 넘나들던 길이려니
백운령 넘어 넘어가는 길을
님 못 만날까 아쉬워
쉬지도 못해 걸어온 발길에
구름 벗 삼아 노닐다 오니
어느새 석양은 지고
땅거미 지는 천은사 계곡엔
깊고 깊은 산속에 들려오는
한 점의 풍경 울림소리가
우리들 사랑의 메아리가 되어간다
산천은
노을이 물들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일어날
어둠을 맞이하기까지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한 타종의 북소리에 길들여져 가는
계곡의 울부짖음도
태초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려니
신선의 마음을 불러들인들
어찌 한 햇살에 두 마음을 가진 들
얼음계곡에 갇혀버린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불러냄을
어이 탓할 수가 있으리오
그 저 이내 몸은 하나이니
한 생각에
한 행동에
한 가지 마음을 가지기로 했소
그래도 번민에 쌓인다면
님 소식 한 소절만이라도
들려달라 하여 백팔 번뇌에
중생을 구제하리라
이 깊은 고요한 산사에
적막을 깨우고 가르침을 덜한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하여
마음을 멀리하고
떠나려 하기 위함이려오
2021.1.8 천은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