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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16. 2021

눈부신 사랑

-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렴

눈부신 사랑

-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네 곁에서

내 마음을 훔쳐가렴

살며시 다가가 손을 뻗어서  

손을 내밀어봐


그리고 손을 활짝 펴 보렴

스치듯이 다가가는

천천히 그렇지 않으면

바람이 먼저 낚아채어 갈 거야


지금은

더 이상 다가가지도 말며

더 이상 다가서지도 말며

더 이상 멀어지지도 말며

더 이상 떨어지지도 말며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지도 말며

그렇다고 너무 멀리서도 바라보지 말아요


아주 조심스럽게

바둑이 발자국 소리도 안돼

고양이 앞 발을 살포시 내 밀어  

다가가는 소리도 안돼


차라리 주위가 요동칠 수 있도록

강을 거슬러 힘차게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말이야


느껴지지 않니

너의 숨결 너의 온기와

너의 촉감과

너의 모든 오감각이

마치 봄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듯


해파리의 촉수도

네 마음을 헤아리며 앗아갈  수 없어

이미 난  

너에게 향한 마음이

너를 맞이할 준비가 충분치 않지만


이미 난

너에게 향한 마음이  

벌써 앞서 왔었다는 것을 알아

이미 난

네게서 바라는 마음이  

봄을 맞이 하는 마음과 같다는 것을


이미 난 봄의 전령사가

안겨다 준 선물보다

그해 겨울에 

차가움의 따스함이 안겨다 주는  


봄 햇살보다

내리는 두 눈  한가득  넘치는

눈부신 사랑이

네 마음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어



2017.4.16 치악산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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