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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03. 2021

산을 오르고

- 산을 내려오면

산을 오르고

- 산을 내려오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을 오르고 

또 올라 숨이 차니


 쉬어 

넘나드는 고갯마루마다

능선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오르는 내내

고개 숙인 얼굴을 들어

하늘 한 번 올려다본다


어느새

휑하니 불어오는 바람에

식어갈 줄 모르는

골짝 등짝 계곡엔


소리 없이 흘러내려오는 

 줌의 물줄기가 주는 정감은

 폭포가 다가올 원천만들고


어짜며 촛농 떨구듯 

한 방울의 육즙은

금세 식어버린

찻잔 속의 맛이 되어간다 


그 옛날

밤샘 약탕 끓어주시다

활활 타오르는 구들장 지키며

이드신 부지깽이의 어머니


약탕기 달여

고운 빛깔 달 여질 때쯤이면


흰 천보자기 보쌈 싸매듯

쥐어짜며 내어내는 마음은

한 움큼의 매듭 솜씨가 그리워진다


찬바람 이리저리

칼춤 추는 무언의 소나무

무당굿 시위에 맞춰 춤을 추고


휘둘려 오는 활시위에 

당겨져 떠나간 표적은

명중의 인중으로 날아든다


화살의 둔탁한 촉발 아래

가히 이 찬바람도 가누기에

충분히 매서워져 오고있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고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두문불출 구태의연 사연일랑 

남겨두지 않기로 하고


어차피 오르는 발걸음이라면

뒤돌아볼 용기는

정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2021.1.3 시골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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