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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18. 2021

눈보라

- 눈 위를 걷는 마음


눈보라

- 눈 위를 걷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을 기다리다 

다시 눈보라에 갇혀

겨울에 태어 난  아이가

다시 기다리다 지쳐 쓰러져 간다


하얀 눈이 내리다 멈춘 

아름답던 옛 첫 키스의

그 골목길에선


오늘처럼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맞은 그날에도

눈길 위를 우린 말없이

그냥 지나치기로 했었더구나


그래도 내리는 눈 위에

한걸음 두 걸음 내딛고

네 곁에 다가서는 마음은

이내 옷매무시  눈 들어찰라

단단히 예매 오는 마음이 되어가고


하얀 설원에

눈 위를 거닐던 마음

다가올 때  내리는 눈은

기다림의 짧음보앞서간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내 발자국은 지워졌다

그래서 나는

옆에 나 있는 발자국 따라 거닐다

내리는 눈은 지나온 길을 덮는 중이다


옛사랑의 첫 발자국

이제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눈보라 멈추고 햇살 드리우니


또다시

되돌아갈 망향의 그리움은

설움에 녹아내린 눈물이 되려 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

한 톨의 씨앗을 뿌리고

네한 줌의 눈물에 기대 우고

새싹이 돋아나 피어날 때면


예전에 정다웠던 시절이 어딜 갔나

옛날에 사랑했었던 마음이 어디 있었던가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또다시

눈 위를 걷는 마음이 되어가네


2021.1.18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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