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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21. 2021

비가 오는 날에는 그대 생각을 한다

-  숭어의 마음

비가 오는 날에는 그대 생각을 한다 

-  숭어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오는 날에는

그대 생각을 한다

젖어서 헝클어진 머릿결 사이로

떠오른 태양은

석양이 언제 오는지 모르고 얼어 버렸다


뱀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저 강물의 물살을 가르고

힘찬 숭어 떼의 헤엄쳐 가는

마지막으로 뒤쳐져 남아있는 숭어 한 마리

 

힘을 잃어 더 이상

내젓지 못한 꼬리를 보고

그 모습을 상상으로만 기억해서는 안된다


내게 먼발치서 바라보며

찰랑찰랑 이는

네 머릿결을 흔들며 손짓하는 너는

비에 젖어버린

머릿결을 털어내기에 바쁘지만


잠시 후 어렴풋이

내 시간이

도래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숭어가 마지막으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내 저을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부딪힐 수밖에 없는

다가오지 않는 새벽을 깨우는 벽이

내게 아직 남아있지 않아서 이거니와


숭어의 마지막 몸부림에 대항할

내일의 태양도 떠오르기 전에

다시 숭어가

힘겨운 꼬리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는


힘차게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야만 하는 이유를

우리는 꼭 기억해야만 한다



2011.7.23~24 설악산 공룡능선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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