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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23. 2021

생의 한가운데

- 생의 한 기로에 서서

생의 한가운데

- 생의 한 기로에 서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생의 한가운데 서서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내 인생이 저 하늘에 빛바래어

올가미 씌우듯 찬란한 태양 아래

뉘었더 구나


이제와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본들 흘러가는 것은 구름이요

가다 멈추는 것은 나의 희망이요

스쳐가는 것은 바람과 같은 인연이더라


추억의 한 기로에 서서

지난날에 

걸어온 발자취를 회상해보니

고작 남은 것이

뒤따라온 그림자 하나에

구름에 덮여버린 마음 하나가 전부였네


지나온 세상살이 일장춘몽이라

바람과 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내 작은 부끄러움의 초상화가

부끄러웠어


사랑도 해봤고

이별도 해봤더니

그래도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차마 말 못 할 그리움이 잔뜩 묻어난

땟국물만이 하나 가득 넘치는

마음의 근심만 하나 가득 넘치게 하였


남아있는 날들에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또한 무엇을 지우려 하는가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가


집착이 불러온 덧없는 세월 탓에

한탄하기를 세월 가기만을 기다리는

늘어진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는 

신세타령만 흐드러지게 불러보게 되더구나


모두 다

부질없는 마음이 되어가더이다

스스럼없는 용서가 되어가더이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되어가더이다


허공에 매달려 대롱대롱

바람에 나부끼는 나의 마음 또한

끊어질 수 없는 목숨 하나에

언제나 바람의 마음만이

그 흔적을 애써 지우려 하고 만다네


2021.1.23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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