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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6. 2021

소양강(2)

- 소양강 처자

소양강(2)
- 소양강 처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소양강에 떠오른 달은

님 마중하러 떠나온 달


정월대보름 정화수에

어두운 밤 님 그림자 밟고

따라서 지나가는 달


소양강에 달 밝은 달아

고이고이 접어 놓은

천 개의 종이학 사랑을 태워

파란 하늘에 내젓는 내 나래짓은

내 님을 싣고 떠나가는 배


소양강에 달 차 오르면

소양강 처자는

밤마실 나들이 나온다네


연지 곤지 청사초롱

망월이 불 밝히지 아니하여도

그대 마음 내 마음이 만월이라


저 하늘 별을 따다

네 가슴에 심어주랴

아님

저 하늘 정월 대보름 달을 따다

님  가시는 발길을 비춰주랴


소양강 처자야

오늘은 네 모습을 감춘 들

네 마음을 감춘 들

대낮같이 밝은 정월대보름 달을 두고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오작교를

그리워하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하루 종일 그날이 오늘이라

홀로 이 밤을 지새우면

못다 한 정분이라도 쌓일까


이 밤을 지켜야 돼

이 밤을 안아야 해

야속한 이 밤을 졸아서는 안돼


그러다 님 기다리다 지쳐

밤하늘 대문  처마 끝에 매달려

금세 넘어가는 저 달에 아쉬움 남아


저 달을 부엉이가 훔쳐갈까 봐서

저 달을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이 훔쳐갈까

미련도 남길 수 없는 헤집는 마음을

어찌 저  둥근 마음을 이해하리오


소양강에  노 젓는 뱃사공아

우리님 고운님

저 강물이 차올라도

저 달이 차올라도

소양강에 잠긴 달은 잠기지 말아 다오


그렇지 못하는 내 마음에

오늘 밤 남몰래 저 달을 따다

소양강에 흐르는 물살에 달빛을  수놓고


네 그림자 드리운 소양강에

저 달빛을 가두어

저 달 밝은 마음을 헤아릴까 하네


2021.2.24소양강댐에서

2021.2.26 정월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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