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

- 엑소더스

by 갈대의 철학

마음과 영혼

- 엑소더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그대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내려놓은 마음 한 자락에

마지막 남은 자존감마저 빼앗길까

염려되어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건너편 멀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그대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대의 눈빛과 상호 교환을 하는 중에

그 순간

바람에 나부끼는

그대의 섬세함에 흩날리는 머릿결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나는 그대의 이성에

한 번 감정을 빼앗긴 채

그만 마음도 잃어갑니다


바람에게 빼앗긴 그대 마음을

도둑맞은 마음이야 찾을 수가 없겠지만
영혼을 훔친 것만큼은 용서가 안됩니다


이윽고

더 이상 불타오르는 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는

그만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되어

찾을 길 없는 마음 또한

되돌아올 없는 마음이 됩니다


한참을 그곳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

그제야 빵빵 거리는 자동차 소리에

화들짝 놀라 다시 그곳을 바라보니

그대는 곧 사라집니다


나는 차마 그 길을

건너지 못할 강이 되어버린 길을

다시 돌아보지 못하게 될 그 길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를

길거리 배회하듯 찾아 나서 보지만


그대가 떠났던 그 자리에 피어난

마지막 엑소더스의 꿈들이

일장춘몽이 되어 사라졌다는 것을


이미 나의 순수성을 그대에게 받치고

그대에게서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할 추함도

어쩌면 애타게 기다리던

어느 짝 잃은 두견새의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산수유

2021.3.9 청계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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