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열차

- 갈 수 없는 나라에

by 갈대의 철학

피난 열차

- 갈 수 없는 나라에


시. 갈대의 철학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네


이리저리 파업하고

여기저기 불 구녕 쑤셔되니


발 묶여 마음 묶여

신발끈 동여매지 않고서는


피난 열차에 내 신발 잃어버릴세라


어느덧 시원하니

한쪽 느슨하게 덜 묶인 신발이 안보인지라


에고 뭔 일이야 일어나겠소만 서도

조심스레 지레 마음 위안 삼아 보련다


초 저녁 어슴프레 떠오른 달아

삼시세끼 걸은지도 언제인듯하여


네 떠나는 기적소리보다

내 뱃속에 뱃고동 소리가 더 처절하더구나


어쩌다 나타난 열차에 몸을 싣고

또다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니


가만히 있어도

내 인생이 남의 인생 되네


쓺모없던 내 궁뎅짝도

피난 열차에 쓸모 있게 되고


네가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데야

그동안 천대 받던 내 볼기짝 보다 더 가여웠세라


가만히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으니

기차 레일 춤추듯 내 엉덩방아를 찧고 찢네


피난열차 타고

그리움 달래려 가고

보고픈 마음 안으려 간다


내 몸은가 아니라서

하물며 내 삶도 이러할까 마는


이 보쇼 기관사 양반

세태가 기차 레일처럼 똑바로 야 갈 수 없다지만

피난 열차에 피난민 잔뜩 짐짝 실듯이 올라타서 가지만


우리네 한 몸은

당신들 누적된 피로에

정거하지 못할 정거장이 될까

누가 될까 심히 염려되오


그냥 지나치면

빨리야 도착하겠소만 못 내린 피난민들은 어쩌하겠소


당신들 희생으로 내 운명이

저 하늘에 티끌만큼 먼지로 다가서지는 않소마는


그래도 내사 마음이야

두 다리가 못 갈 곳을 갈 수 있게 해주니

더할 나위 없이 그대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오


객차 객차 사이에 매달려가는 인생들

위험을 무릅쓰고 간다지만

어느 누구 하나 안전에 신경 쓰지 않소이다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없는 것을 달래어 보기도 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 생각하면

그저 이 한 몸뚱이에게 넋두리나 하게 해주소


밮그릇이야 내 밥통도 아니다 하여

내 뱃속 채우면 그만인 사람들

내 뱃속 채우고 나니

그만 배부르다 하여 아무 데나 누워버린 세상


돈 몇 천 원에 인생 담보 걸듯이 타고

돈 몇 푼에 목숨 구걸하듯이 떠난다네


아이코 이보쇼들

남 걱정이랴 하지 말라고 하지만은


어이쿠 요보쇼들

당신들의 생사고락도 좋다지만


이 보세요 들

이 피난 열차가 멈추는 날

너의 힘차게 출발한 처녀 항해도 끝이 나며


기차 심장이 멈추는 날엔

나의 마지막 종착역도 끝이난 다오


멈추지 말고 늘 함께 동행하였던 그 사실들이 그대들과 늘 꿈꾸며 살아왔다는 현실이었다는 것을


조그마한 행복들을 싣고 떠나갔다는 것에

익히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지금은 일어설 수가 없소이다

피난 열차 진동에 일어서는 감이 없소이다


하하

참으로 즐거운 세상

이래서 세상은 요지경 속에

지는 석양 노을에 타들어가니 말이오


허허 고놈의 세상

피난 열차 떠나간다고

반갑지도 않은 그림자 따라오고


반가워야 할 내 밤하늘 동무들은

어디로 갔는지 흘끔 힐끔

스쳐 지나는 작은 창밖 세상 속으로

멍하니 져들어가니 말이오


열차 카페에 정 싣고 마음 싣고 그리움 싣고 떠나오

찐한 사람들의 땀 냄새와

참새 소리처럼 재잘대며 이구동성 하던

어쩌다 만났다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 그립소이다


시시때때로 불호령 치던 열차 카페 사장님

당신의

기차 기적소리처럼 우렁차게 떠나가는 소리도 그립습니다.


그날은

왜 이렇게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켜려는 마음이 간절한지 애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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