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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27. 2021

오랑캐꽃

- 나를 잊지 말아요

오랑캐꽃

- 나를 잊지 말아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오랑캐꽃의 마음을 아시나요

잊으려면 못 잊어 그리워하고

잊지 못해 생각나면

기다림에 지쳐 또 한 번 잊게 되는


가실 때는 말없이 편지 한 장

남겨두지 못하고 떠났어야 했나요

제 마음이 부평초의 마음이어서 그런 건가요


훗날에 저를 기억하게 되거든

오실 때에는

말없이 조용히 다가오세요


그리고 언제 그러했나 듯이

고양이 발길도 안되며

더더구나 그대가 남겨둔 꽃신을 들고

덧버선에 살포시 걷는 발걸음도 아니 되어요


그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며

누구나 버릴 수 있는 마음이 되어갑니다


그대가

나를 기억해 주던

그때가 얼마나 그리웠는지요


그때 그대가

나를  사랑해 주고 떠났을 때

해마다 그 자리에는

늘 양지바른 뜰에

무심코 스쳐 지나는 한 인연에

발길을 멈추게 하고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어요


그대가 밤인 줄 아는 탓에

흐드러지게 피지 못할 사연에

그날 밤 처마 끝에  우두둑

봄비 내리는 소리가


그대가 밤샘 지척이다 못해

여린 한 숨 내쉬며 갈망하던

그때를 나는 아직도 시나브로 뜬 두 눈에

맺힌 그대 눈물이 봄비에 젖어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대 지금이라도

나를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떠나보내도

그대의 마음 한 자락에 매달려

가을날 추풍낙엽 지듯

구슬피 우는 부엉이 밤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을 거랍니다


이른 봄이면

그대가 피어난 봄철에는

그리 외딴 양지 녘에 못내 아쉬운 듯

사람들 발길에 외면 당하고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려는 것은

그대가 슬퍼하려는 마음을 둔 것인가요


아니면

그냥 사람들의 발길에 초연히

내놓은 목숨 하나 지키지 못해

더 이상의 삶을 붙들지 못하는

돌아보지 못할

회향 곡을 불러달라 하는 건가요


그대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아요


저는 아주 오래전 기억 속에서

그댈 꿈꾸며

그대의 영혼 속에 갇혀버린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가끔은

요즘 같은 마음은

슬픔이 뒤로하여도


그대

누구나 시련의 아픔이 있어요

저는 즐거움보다

행복이 더 소중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곳에 가면

행복해지려는 연습을 하면서

발걸음은 이미 약속이나 한 듯이

그대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따라나서게 됩니다



2021.3.27 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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