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리

- 차라리 발길을 탓하리

by 갈대의 철학

떠나리

- 차라리 발길을 탓하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푸른 하늘 벗 삼아 떠가는

구름 한 점에 마음 두고

나는 떠나리


사랑은 남겨두고

나의 바람은 구름에 싣고서

우정과 함께 싣고 떠나리


저 하늘 구름에 걸쳐있는

미움 하나 털어버리려

나는 이 발길을 다시 못 올

그 발길을 남겨두지 않고 떠나리


사랑이 좋다 하여

잠시 머물다간 사랑이 다였어라


사랑하기에 사랑했더니

떠나간 사랑이 다였어라


사랑했지만 이별 앞에

산산이 부딪히는 파도와 같았어라


모든 게 부질없는 마음이었어라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돌이켜 보면 네 마음 아프게 한

못난 내가 더 미웠어라


그러고 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로가 원했었지만

서로가 갈망했지만

남남인 듯 타인인 듯이 되어갔어라


그렇게 무상한 세월 앞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떠도는

뜬구름 같은

모두 덧없는 마음이 되어갔어라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리


네 마음 뜻대로 하소서

정초 없이 떠돌다 헤맨 마음도

차라리 내 발길 탓이라 여기리라


치악산 비로봉

2021.3.31 시골 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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