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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6. 2021

비 2

- 비에 젖어버린 마음

비 2

- 비에 젖어버린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다 내렸다고

그대

우산을 벗지 말아요


우산에는 내리지 않지만

심술궂은 낙엽들 사이로

비의 잔당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그리고

우르르


내리는 비에

아카시아 꽃향기가

지칠 줄 모르고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두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아요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다행히 비에 씻기어

아름답고 청초한 그대 눈을 닮은

아카시아 꽃망울대에  

매달린 마음은 그대를 닮아가요


늘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다른 느낌은

우리가 지난 시간들에

연연하지 않아서 일 거라 봐요


내일도 늘

같은 길을 걸어도

같은 길에 다른 마음이 든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들이

다양해서 일 테지만


오늘 같이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쓴 듯 안 쓴 듯이


이미 비바람에

젖어버린 마음을 달래기에

지난날의 추억들이

이 비를 타고

술잔 속에 떨어진 빗물은

술 한잔의 그리움을 머금고 맙니다

2021.5.16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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