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2
- 비에 젖어버린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다 내렸다고
그대
우산을 벗지 말아요
우산에는 내리지 않지만
심술궂은 낙엽들 사이로
비의 잔당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그리고
우르르
내리는 비에
아카시아 꽃향기가
지칠 줄 모르고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두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아요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다행히 비에 씻기어
아름답고 청초한 그대 눈을 닮은
아카시아 꽃망울대에
매달린 마음은 그대를 닮아가요
늘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다른 느낌은
우리가 지난 시간들에
연연하지 않아서 일 거라 봐요
내일도 늘
같은 길을 걸어도
같은 길에 다른 마음이 든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들이
다양해서 일 테지만
오늘 같이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쓴 듯 안 쓴 듯이
이미 비바람에
젖어버린 마음을 달래기에
지난날의 추억들이
이 비를 타고
술잔 속에 떨어진 빗물은
술 한잔의 그리움을 머금고 맙니다
2021.5.16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