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없는 마음

- 비에 젖은 장미

by 갈대의 철학

향기 없는 마음

- 비에 젖은 장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비가 내립니다


하늘이 그대의 지붕이라

받쳐줄 수 없는 마음을

그대는 아시나요


안쓰럽고 애처로워

살포시 다가가

그대 놀랄까 봐


잠시

하늘의 구름을 빌려

그대 마음을

덮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대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지고

금세 어두워졌습니다


나의 배려가

오히려

그대에게 독이 든 사과를

건네준 것 것처럼


그대는 서서히

빛바랜 마음이었다가

점차 사라지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비가 그치고

나의 우산도 걷히게 되니


비로소 그대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온 하늘의 마음을 정성스레 담아

나에게 그 찐한 향기로

저를 다시 유혹하게 만듭니다


당신의 마음은

이렇게

변덕스럽운 제 마음을


오늘같이

반가이 찾아올 때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대에게 우산을 받쳐주게 합니다


나는 오늘도

내일이 오지 않을 거라

내일 죽을 것을

오늘을 위해 살아갑니다


내일 죽을 것 같이

오늘을 살고

오늘 죽을 것같이

내일을 살고 싶습니다


내일을 살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질긴 것이

사랑의 연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2021.5.17 장미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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