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 대첩

- 우중산책

by 갈대의 철학

운무 대첩

- 우중산책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구름 너머에

무엇이 있길래

이 발길을

떠나오게 하였는가


이 우중 산책길이

멀다 할까 하여


가는 마음

떠나온 마음

지난 마음

잠시 스쳐 지난 마음

다가올 마음


그리고

지금의 마음


비가 내려

내 앞길을 막으니

더디 가지 말라하고

비 그친 맑은 날에

나를 다시 찾아오라 하네


너의 진법은

오묘한 진리

천기의 은혜를 입은 기운 탓에


점점 거세지는 장대비에

비바람이 동반하니

내 앞길은 더욱 거칠고

운해의 물결 속에

가는 길이 뒤쳐지네


그래도 가야만 하나

하늘에서 내리는 기운에

천기의 누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었나


떠나온 만큼 가는 길은 두 곱절하니

굽이굽이 넘나드는 고갯길마다

이 길이 저길 같고

저 길이 지나온 또 다른 길이

같은 길이 되었네


참으로 네 진법은

마의 성벽을 둘러싼

운무 대첩이라


이곳을 지나는 이여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다 하여


어느 마음 한 자락에 걸쳐 있는

구름을 보고

황홀한 아름다운 학의 날갯짓에

두 눈멀지 말고

두 귀 멀지 않게 하소서


풍경이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다우며

이곳에 내려온 선녀보다

아름답다고 현혹 되지도 마소서


풍미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하지도 말며

너무 기쁜 나머지 기쁨에

배가 부르지 않게 하소서


나는 구름 진 곳에

내 걸어온 발길에

내리는 빗물에 씻기어

내 이곳에 떠나온 마음을 감추리


이곳에서

되돌아본 갈길이 보이면

멀찌감치 우중 산책길에

너를 우연히 만나면


나는 이곳을

통천문이라 일컫고

너의 운무 대첩을 뚫고 지나리


햇살 한 자락에

구름이 하늘 위로 올라간다


2021.5.21 백운산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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