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Jun 21. 2021

개가 짖어댄다

-개가 울부짖는다

섬강


개가 짖어댄다

-개가 울부짖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퀑퀑퀑 꿩꿩꿩 컹컹컹컹



주인님이 오셨나


객님이 왔는가


아님


아시는 분이 들리셨는가



이리도 반가운가


연신 꼬리들을 흔들어대니


마치 환영 인사치레 하는 것 같군


밥을 기다릴 수도 있겠지


하여튼


반가운 것은 반가운 게야



꽤꽹깽 꽤꽹깽 꽤꽹깽꽹깽



저 멀리 또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소리가 사뭇 다르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찢어지는 듯한 소리


멀리서도


이 소리는 반가운 소리가 아니다



틀림없이 무엇이 있는 게야


너희들끼리 싸우는 거냐



내 배 채워도


그리 배가 고파


네  친구 밥을 뺏어 먹는 거냐


설상가상 한들


너희들한테는 인지상정이 없는가 보다



그래 그렇게 피 터지게 싸워야지


너희 세계에선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면 너희들한테는 배려가 있는가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잘해주면 공손해지고


지나 잊어버리면 언제 그랬냐듯이


다시 으르렁 대니 말이다



삼복더위가 언제였던가


다가올 것은 다가온 다지


아직 지나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삼복더위는 말이다


덥든  덥지 않든


무조건 건너뛰는 법은 없으리라



초복


중복


말복



어라


삼복도 아직 지나지 않았는데


너희들 짖는 소리가 사뭇 다르다


드디어 냄새를 맡았구나



사냥꾼의 냄새를


그 냄새는 아직도 기억한다


내 차례가 아니었기에 넘어갔더니만


다음 차례가 내 차례 일수도



주인님 한테도


객님 한테도


지인한테도



또 있나


왜 이리 많은 게야


어떻게 모두 방어할 수 있으랴


그냥 신의 한 수에


그날 그날을


운수 대통해야 되는 것인가



어쩔 수 있나


한쪽은 잡아먹으려고  하니


다른 한쪽의 방패는


모순이 되어야 할진대



이를 어찌할꼬


내 운명을


내 천수는 하늘이 아실 게야


아무럼 그렇고 말고



가만있자 여기가 어디더라


다시 개 짖는 소리


개 울부짖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오늘은 완전히


복불복도 아니요


완전히 초가삼간  다 태우네



내 살갗이


두 번 벗겨지는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끔찍해



저 뜨거운 태양에 한 번


또다시 뜨거운 불구덩이 또 한 번


다시 푹 고와대는


뜨거운 물구덩이에 퐁당



아 미칠 것 같다


상상만 해도 도저히


이해가 아닌 하늘이 무심토다



어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아니하리오


내 지남철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건만


세상살이가 내 뜻대로 되겠소



이제 와서 신세타령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래도 내겐


마지막 25시가 남아있다



그 틈을 타


나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불사 지르리


살갗이 벗겨져도 이곳에 있는 것만큼


더 잔인한 것은 없으리



두고 보라


내 여기서 탈출한 순간


나의 동지


나의 친구


나의 형제들에게 이 사실들을 고하길



생과사의 갈림길은 언제나


이럴 때 위기이자 기회가 되는 거다



자 보거라


찬란히 떠오를 밤의 요새들이여


깨어나라 그리고


산천이 떠나갈 듯이 포효하거라



그러면 열릴 것이요


그날은 달이 없는 그믐 달이다


어둠에서는 우린


너희들의 수십 배  아니 수백 배의


감각이 살아있다



살고자 하는 이는 나를 따르고


죽고자 함은 여기서 머물러라


기회는 단 한 번


그리고 운도  단 한 번



주인이 개밥을 줄 때


그때가 기회가 된다


그자는 주인 행색에 무방비 상태일 테니



왜냐하면


자연스러움은 언제나


공격의 대상이며 눈치를 채지 못한다



각별히 주의할 것


절대로


동정심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설상


측은지심이 가엽게 들거든


이것만은 반드시 알아다오



우리는 보이지 않아도


후각으로 길을 찾지만


그들이 지닌 무기는 최첨단이라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냄새 맡고,


그리고 초 감각 스타일까지



그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가만있자


어라 여기가 어디였지


개 짖는 박자 소리가


모두 합창도 아닌


떼창으로 제각각 들려오는 것 보니



개 사육장이었구나


2021.6.21 섬강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