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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2. 2021

치악산 연암사 가는 길에서

- 높다고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야

치악산 연암사

치악산 연암사 가는 길에서

- 높다고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차마고도여


네 삼수갑산 자랑을 뽐내지 마라


너는 험준한 길을


다행스럽게도 목숨을 내놓고


차와 말을 가지고 교역을 한다지만


아찔한 수려한 경관 탓도


한몫이 되지 않았느냐



그래도 너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을 내어주었으니


이 얼마나 복 받을 일이냐 말이다



치악산 하늘지기 연암사여


그렇다고 너무 겸손해하지도 말아라


그리고 우쭐대고 기죽지도 말아다오


네가 있는 이 길이


뜻이 있어 내가 오르겠냐마는



비단,


네 모습이 치악산 구룡사의


위용과 자태를 시샘하는 것도 아니요


치악산 상원사에 메인 몸도 아니요


치악산 영원사에 영원한


마음도 두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단지


의연한 네 자태에 놀라


차마 내 모습이 부끄러워질까


염려하게 되더이다



연암사여


멀리서 바라보면


운무에 가려


네 모습은 찾을 길 없고



특히


안개에 드리워진 날에는


한 햇살에 의지한 채 떠나온


내 처량한 마지막 뒷모습이


네 모습을 기다리는


마지막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다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그것도 소낙비에 피어오른


자욱한 안개인듯한



더운 열기를 식힌 수증기 김 서림에


감추어진 네 모습은


어쩌면 온화한 부처를 닮은


어머니의 자화상과 같더구나



그래도


네 모습은


설상가상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흩날리는 네 모습을


잠시 기웃할 수가 있었고



비가 내리면 빗물에 씻기어


세안의 청명하고 청정한


그리고 청허 한 마음을 둘 수 있는


탁한 마음을  너로 인한 내 마음도


깨끗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꽃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네 모습은


꽃 성채에 둘러싸여


네 모습은 한 성곽을 이루고



가을이 오면


찬연했던 낙엽들이 우후죽순


추풍낙엽 되어 떨어지듯


부귀영화가 한순간에


갇혀있던 마음이었다고


네 모습은 그렇게 보여주었다



겨울이 오면


치악산 산자락에 눈이 쌓여


네 모습은 이름 없는 겨울 왕국의


한 성으로 메인 몸이 될지라도



치악의 연암사여


너무 애석하거나


그렇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아다오



이곳이 아무리 첩첩산중


인적이 드문 곳일지라도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이 되어간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 마음이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너를 반기어


저  치악산에 네 마음 걸쳐있는


구름 한 조각의 마음도 가지지 않으리다



이듬해 다시 봄을 맞이하고


네 모습 잊힐라치면


꽃이 피어나고


새가 울어볼라치면


그때가 네 모습을 진정 찾을 수가


있다고 말이다


2021.6.22 치악산 연암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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