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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6. 2021

한 소녀

- 인어공주

한 소녀

- 인어공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호숫가한 소녀

인어가 살고있었어

낮에는 사람들 이목에

출현하지 못하고

달빛 어린 밤에만 나타나

저 멀리서

풍덩풍덩 하는 소리를

바라보니

숨은 달빛 기슭에

사람인지 물고기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야

전설에 따르면

한 사람은 한 사랑을 잊고자

달빛이 비취는 인어바위에서

그 물속에 몸을 던졌어

그런데 달빛에

어슴프레 눈을 떠보니

꿈인지 생시인지

긴가민가 하던 차에

잠시 눈을 감고 떠보니

내 앞에는

달빛에 아른아른거리는

호수 위 달빛천사 요정이

이리저리 수중 발레를 하는

발레리나로 보였어

잠시 후

구름이 달빛이  가린 사이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어

그 이후로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했지만

한 달에 한 번 발견한

그곳에서 숨죽이며 달빛 없는

짙은 어둠에 움직이는

물체를 바라보았지

사실이 아니길 바랬지만

그녀였어

그래서 우리는

매월 그믐달이 지나는 첫날에

그곳에서 우리들 둘만의

사랑을 가꾸어 갔

까마득한 전설이 되어가듯이 말이야


의암댐

2021.6.22 의암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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