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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4. 2019

러브 레터(너에게로 가는 길)

- 그대는 나의 사랑 나는 그대의 호수(도야호수洞爺湖)

~ 도야호가 洞爺湖歌 ~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뜨거운 커피 내릴 때 미움도 하나 내려보내

차가운 바람 불어올 때 질투 하나 던져보면

그리움 하나 버려지고

기다림 하나 건져볼까

마음은 도야호洞爺湖를 타고 

내리는 흰 눈에 쌓여 고요할 때

우리들 사랑도 쌓여가는 눈만큼

녹아드는 사랑이 호수가 되어갈까


2019.2.20 삿포로 도야호수에서


러브 레터(너에게로 가는 길)

- 그대는 나의 사랑 나는 그대의 호수(도야호수洞爺湖)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여 기억하나요

그대가 이곳을 떠난 날

몇 날 며칠을

그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제가 오늘처럼

내일이 오늘처럼

감사히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마냥 갈매기 물어오는 소식이

그대 안부 전부인양

기다림 또한 배워보고

괜스레 멋쩍은 표현도 지으며

기쁜 소식이 아님에도

그대 소식 접할 수 있기를 기다리는 것이

지금껏 저에게 짊어진

의무이자 책임으로 다가왔었던 현실


배 떠난 후 그대 오기만을

그곳을 서성이게 하면서

남아있는 마지막 편지 한 장이 그대 소식이라는

하늘 떠가는 구름 한 조각에 실어보내고

사랑의 편지 한 조각만이라도 받아보기를

간절히 기다려온 이유가

내게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게 합니다


어느 눈 내린 다음날

언제나 여느 때처럼 도야호를 거닐고

전날 내린 흰 눈에 내려앉은

흰구름에 도야 호수에 비쳐 그려진

그대 모습 그려보는 숨은 그림자 찾기라도 하였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드리워진 채  떠나온

어느 하늘 아래 일번지에 있을 그대

한 폭의 풍경화가 남겨준 이 한마디에

그저 탄식의 그늘을 벗어난 듯하였지만


실락같은 아침햇살에

부스스  눈이 부시고

창가에 기대어 호수 바라볼 때에는

어느새 실눈 뜨게 만든 그대가 곁에 늘 있는 줄

실루엣에 내빛춰진

반사되고 전라 된 그대 얼굴이 눈송이 되어 내릴때

흰구름은 이미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늘 아래 도드라져 내려지고 

커다란 눈망울에 호수를 담은 그대 눈동자와

호수에 잠긴 애수의 빛바랜 몽환의 그림자들

그대가 늘 불러주었던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노래일 줄도 모르고

사랑의 노래를 회상하며

아직도 나는 그날을 추억하며 다시 불러 본 즉 합니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분간이 안 가는

도야호에 갈매기 날아오르면

우리들 사랑도 날아올라

저들이 낚아채어 가더라도

시기와 질투를 하지를 않을 거라 

믿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대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어

또 다른 하나는

그대의 몸짓으로 써주세요 

그리고 그대의 손짓은 커다란 하트를

그대의 눈빛만으로 만 빛나던 그 눈길

지금도 지울 수가 없어요

어쩌면 반세기 지났어도 그대가 늘 바라봐만

봐주던 그토록 살가운 눈길만큼은

피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그대의 마음으로  써주세요

나는 지금 그대의 편지 겉 봉투를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처음 만난 그곳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준

갈매기 끼룩끼룩 울 어제치는

사랑의 유람선 따라 호수에 그려진

그때의 그 마음을 나는 아직도 기억해요


도야 호수에 내 비친

그대의 나풀 되며 펄럭이는 치마보다 얇은

겨울 가고 어김없이 불어오던

바람에도 시샘할 사이 없이

그대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성일 때면

김 없이 도야호에 흐르는 물은

언제나 얼지 않는 나의 마음과 같습니다

2019.2.20  일본 삿포로 도야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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