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아흔아홉 골 길

- 치악산 둘레길 10코스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아흔아홉 골 길

- 치악산 둘레길 10코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산을 품고 품어 돌고 돌아

이곳까지 오기가

그리 뉘 어려웠던가


비로봉을 저 멀리 사이에 두고

백운산 자락에 굽이쳐 흐르는

백운골 아흔아홉 고개 계곡 골짜기 길에

내 마음도 굽이굽이 돌아서 떠나왔네


어론 골 정상에서 불어오는

여름 실바람에 간간히 흔들려 버린

작은 나뭇잎새의 흔들림에

이미 나는 가을의 예단을 단정 짓는 것이

그리 길지가 않았으니


저 멀리 치악 동산을 바라보는

그곳에 오르내리며 노닐던 곳에

황골의 넓은 도량을 담고

여기까지 오기가

몇 해인지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이

짧지 않은 기다림이 있었더라


이제야 이 발길이 늦지 않게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것도

늦지 않게 찾아왔다고

심히 너무 어려워했거든

비로봉의 마음 전부를 둔 것이

아니라 여겨다오


백운산 자락 휘감아 도는 구름 벗 삼아

돌아서 가는 이곳에 당도하니

사시사철 쉬지 않고 힘차게

뻗어오는 차령산맥 준령의 대간길을

계곡 길 따라 오르니


바로 여기가

치악산 둘레길 10코스 굽이길에

마음도

여울살에 출렁이는 미련도

힘찬 네 발길질에 튀어 오르는


어느 노새의 못다 한

말발굽질에 뛰어오르는

찬연한 계곡의 아침 물방울의 종소리가

오랜 망상에 사로잡혀온

망각의 길로

나를 여기까지 인도 함이 부족함이 없어라


저 멀리 치악산 비로봉 한 자락에

구름 걸치면

비단 융단 구름 타고

아흔아홉 고개 구비구비 돌아

아리랑길 사연 돌아보세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모여

삼복더위에 맞설 기세의 바람도 불어와

가히 위용 타

가히 태초에

초심의 마음으로 되돌아본다


불어오는 바람에

흘러들어오는 노래 결에

콧노래도 불러보자꾸나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망망 하늘에

이곳이 그리 낯설지가 아니한 것이

도착하면 그리운 이 반길세라


어서 이 발길은 떠나라

재촉을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멋쩍다 한다


잠시 몸과 마음을 맡겨두니

바로 이곳이 몽유도원이로세


그리 꿈같이 멀리 있는 거 아니었어

바람 불어 누워있는

그늘 자리가 못 미더워서인지

햇살도 시샘하여 머물지 말라

떠나라 한다


2021.7.18 치악산 둘레길 10코스 아흔아홉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