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3)

같은 사람 다른 사랑 다른 사람 같은 사랑(치악산 고둔치)

by 갈대의 철학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3)

같은 사람 다른 사랑(치악산 고둔치)

- 다른 사람 같은 사랑


시. 갈대의 철학

이 겨울에 마지막 떠나보냄의 몸부림인가

봄에 대한 배려의 기다림에 대한 잉태의 몸짓인가


봄의 길목에 서서 겨울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봄의 전달자인 계곡의 물소리도 눈에 갇혀

봄의 전령자를 잃어버렸다



나 아닌 다른 사람

같은 다른 사람


그 사람이 나인 사랑

그 사랑이 너인 사람


그 한 사람이 한사랑인 사람

그 한사랑이 눈사람인 사람


치악 고둔치 길에 우연히 마주쳤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은 한사랑의 길로 가고

같은 다른 사람은 눈사람의 길로 가네


그대에게 강과 산은 무엇이며

그대에게 구름과 바람은 무엇이오


강이 산을 넘지 못하니 강이라 부르고

산이 강을 넘지 못하니 산이라 부른 들

변치 않을 것을 진리라 불러 본들


그대 마음이 거기까지 인데

변하지 않은 것들 앞에서

야속이야 한들 어떠하리오


산 인들 어찌 강을 넘을 수 있으리 마는

강 인들 어찌 산을 넘을 수 있으리 마는

바람이 불어준다고 한들


그대가 구름을 건너 넘을 수 없듯이

산을 넘지 못하고 강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그대를 넘을 수 없는 것이

그대 또한 내가 넘을 수는 없는 범주와 같소이다


우리가 함께 공존과 공생을 할 수 없는 것이

산따라 구름따라 강따라 바람따라 벗따라

흘러가는 모든 것들 앞에서도


한낱 저 뜬 구름과 허송세월을 두고

마치 세상사 사는 순리에 순응하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일컫기만을 기다리는 것만도 아니라오


그저 대가 나를 외면에 대한

오랜 향수를 불러들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오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나듯이

손 발도 맞아야 쿵작 소리가 나고

이빨도 맞아야을 수 있지 않겠소


인생 자체가 그대의 시인인 것을

시인의 시가 그대가 되고파 하여 그을 배회했소만

연필이 닳도록 쓴다고 하여 그대 되는 것이 아닐진대


우리하나상에 거대한 시뮬레이션처럼

움직이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그대가 그 리모컨을 쥐고 있

유일한 희망이며 전령자가 아닐는지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그대의 마음이 묻혀있는

치악산으로 갑니다


첫 발자국의 그리움이 남아있는

첫 마음의 설렘을 간직한 그곳으로 말입니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그대의 향취가 물씬 묻어나는

치악산으로 갑니다


그곳이 설령 그날의 기억들에 하얀 발자국들이 남긴 아련한 추억들이 다시 떠오를지 몰라도

하얗게 다시 내리는 이 눈을 반추라도 하듯이 하는 것은

아직도 그날의 그 추억들로 가득 메모리 되어 남아있어서입니다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그대를 위하여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아직도 그대를 회상하며 여전히 치악산을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