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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21. 2021

활짝 필 때가 이쁜 줄 알았어

- 담력(膽力)

활짝 필 때가 이쁜 줄 알았어

- 담력(膽力)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제 보니


이글 거리는 태양 아래 뉘인 


네 고운 자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었는데



태양이 만들어낸 네 모습은


그건 내 착각이었어



봄지나 여름 알고


가을지나 겨울 눈보라를 이겨내어


그해 이듬해 피어나는 꽃



나는 그 꽃을 설화(雪華)로 부르고


그 인내를 인화(忍華)라 불렀었다



새해 첫날  


1월 1일 오대산 노인봉에 올라


장대하고 장엄하게 솟아오른 한 햇살을 보라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이곳에서 일출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용기를 지닌 마음이며


갈 수 없는 나라에 떠나온 설원의 은식 처가 된다



보아라


잠시 뒤에 떠오를 한 햇살을 품는다는 것은


떠나온 마음에 앞서 기다리는 마음이


늘 내 곁에 존재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다



이곳을 지나는 이에게


나는 그대의 담력(膽力)에 갈채를 보내며


떠오른 뒤 사라져 가는 마음의 꽃을



그 꽃을 진정


나는 그대의 눈꽃이라 부르고


찬 바람에 얼어붙어 가는 그대의 마음을


설빙에 갇혀버린 그리움에 대한


보상이 아니기를



어느


한 줌의 햇살에 녹아내린 마음이


그대의 눈물이 아닌



한겨울 설움을 딛고 이겨낸


태초에 원시 상태의 상고대의 마음이


그대의 마음이기를


나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네 마음을 바라보아야 한다


2021.10.6  장미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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