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Nov 01. 2021

낙엽들의 무덤

- 낙엽들의 반란

낙엽들의 무덤

- 낙엽들의 반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이 오면 꽃대에 이슬 떨구던

네 처마 없던 시절에

빗물도 거르지 못하고


비에 젖어 내리는

쓸쓸한 마음을 뒤로한 채

살랑이는 봄바람에 산들산들 씻기어

마음은 다시 풍선이 되어 떠나가네


여름이면 장대 소낙비에

곡소리 내어 울부짖어보고

네 마음 알아주던 하늘도

그날만은 네 목만 쉬어갈 뿐

끝까지 하늘이 들어주지 못했던 시절에


청천벽력 같이 다가왔던 이별의 순간들

그래도 다행이야

네 마음 씻어주던 비가

네 눈물과 하염없이

내려주었으니까


가을 낙엽 가을바람

추풍낙엽 지듯 쓰러져가는

어느 이름 모를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어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던

따뜻한 한점 없는 햇살에 마냥 겨워하던

내 지나온 무덤가


아직도 온기 남아 있는

네 마음 덮여주고 싶은 마음이

이 가을 뜨겁던 여름날이 그립던

찬연한 오색의 마음을 지닌

낙엽들의 반란에

다가올 이 겨울은 따뜻할 거라고


흰 눈 내리는 하얀 겨울이 오면 

흰 눈 덮인 하얀 세상을 꿈꿀 테야


흰 눈에 포근히 쌓여갈 때면

아파했던 따뜻한 네 마음도 위로해주고

그리고 다시 말할 테야


낙엽 위에 쌓여만가는

흰 눈이 다시 이불처럼 덮여 

기다림 이듬해 봄날

아지랑이 새싹 피어오르듯

내 그리움은

너를 다시 만나고 말 거라고


낙엽들의 반란으로 쓰러져간

어느 낙엽들의 무덤가엔


일찍이 가을은 다가올 차디찬

겨울의 봄을 기다리기에

더 이상의 슬퍼할 이유가 없는

아직도 내겐  

서투른 사랑의 미약으로 남는다


2021.11.1  낙엽을 걸으며

매거진의 이전글 활짝 필 때가 이쁜 줄 알았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