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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1. 2021

어무이 마음은 하늘이오

- 그러니 엄니 눈물 빗물에 떠내려 가게 하지 마오

어무이 마음은 하늘이오

- 그러니 엄니 눈물 빗물에 떠내려 가게 하지 마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이고 어무이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리도 억수로  비가 내려

저 강물이 흙탕물이 되어 흘러가는데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서

낮과 밤이 바뀌어도

한치도 잘못 없으라 시며

자식 잘돼라 가르치시느라

그  험한 밭일을 하셨소


저 강물에 떠내려 갈까

청둥오리도 지 새끼 품에 안아

세찬 강물에 내리는 빗줄기도 피하는데


우리 어무이는

어찌 장대빗속을 구부정한 허리춤에

괴나리봇짐을 둘러메시고


엄니 지나온 인생길이 그리

무겁고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진대 

저 가느다란 지팡이에

어찌 세월에 의지할 수 있었소


걸어갈 길이 멀다 하여

비 오는 날

장화 신는 것은 아니 잊으시고

우산은 살아가는데

크게 걱정을 안 하시고

제 자신을 위해 쓰지 않으시니


늘 자식들 걱정에

눈이 내리는 날에도

비가 내리는 날에도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진작 본인을 위해서

한 여름 뜨거운

뙤약볕도 마다하시는 우리 엄니

그렇게 자식들 걱정에

창과 방패를 해주었소


아이고 우리 엄니

이를 어찌할꼬

이를 어이할꼬


보고 싶은  우리 어매

뒷 밭에 메어놓은

논 밭에 심은 마음이 떠내려가네


그렇다고  

밭고랑에 어놓은 곡식과

논고랑에 물이 흘러넘쳐

발 헛디디지 말고

급류에 휩쓸리지 마소


우리 엄니 떠내려갈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야

머나먼 천리 만리길에 있는 나가

어찌 갈 수야 없는 마음이

하늘도 무심타 하여 노하지 아니하겠소


그러니

이번엔 우리 어머니

자식들 위하거든

오늘 같이 비가 내리고 소낙비가

우후죽순 내리는 날에는


하늘 한번 올려다보시고

처마 끝에 매달려 떨어지는 빗방울에

우리 엄니 시집오실 때

남몰래 훔치신 눈물이 되어도 좋소


연지곤지 청사초롱

밝힌

그믐 달밤에 어린 얼굴이

마 빗물에 아려 내린 마음이 되어가도


곧 그대 눈물 아닌

마음 씻기

어리어 가는 옛적 그대 어머니의

따뜻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가슴이면

더욱 바랄 게 없으리오


2021.8.1  장대비 내리는 치악 금대리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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