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다고

- 불어오는 바람이 내게 말했다

칡꽃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다고

- 불어오는 바람이 내게 말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칡꽃이 떨어지면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테요

향기 없다 말하여

일찍이 스스로 내 몸을 털어내어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떨어지는 꽃잎에

더 이상 묻지도 말며

알지도

알 수도 없기를 바라오

내 삶의 일부분이라 

고이 여길 때면

너로 인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대 향기 없는 존재로 기억하고 싶소

칡꽃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다고

나는 그대에게

조용히 말하며 속삭여 주리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활짝 필 때면

만추의 시작이라고

그대 나에게

말하여 주지 않았으면 바라오

그러나

칡꽃이 이렇게  빨리

떨어질 줄 몰랐었다고

내게 말하여 주었으면

무심코 지나는 이에게

떨어지는 꽃잎에 향기를

바람에게 실려 전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오

이렇게 불어오는 바람도

불어오지 않아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볼 때면

아직도 나는

지난가을 앞에 찬바람이 불어와도

그대 치마 산들산들 일렁이며 

코스모스 한들한들 흔들릴 때면

코스모스가  다가올 가올의  시작이 아닌

매서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고

그대 나에게 들려주지 않길

바랄 뿐이라오

2021.8.3 치악 동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