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중
-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돌톨톨 우돌톨톨
산사 가는 길에 만난
오솔길 스승님의 말씀을 여쭙고
이 길이 뾰족하여
걸어가는 길이 심히 불편하면
불편하는 대로 걸어가면 될 것을
세상 마주치며 가는 저길도
우리가 맞춰서 가야 할 길이기에
길가에 피어난 돌들이
뾰쪽이면 어떻고
모난돌이면 어떻고
둥근돌이면 더욱 좋겠지만
돌부리에 넘어져도 좋아라
네 마음은 모난 돌이 아니어라
그래서 나는 더욱 네가 좋네라
이리저리 가다 서다
거처하는 곳이 모두 내 쉴 곳이요
돌아가다 말다 다시 가는
이 길의 마실은
가을마중을 나온 네 마음이어라
이 깊고 깊은 산사에도
내 머물 곳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한 소절 한 소절 따라 불러보는
자연에 치유의 소리들
들려오는 소리들 따라 불러보니
걸어가는 이 길은 분명히
나의 스승이더이다
보이는 것은 아침 햇살에
깊숙이 네 폐 속에
우주의 허파가 숨 쉬고
들리는 것은 까마귀 짖어 반기는 소리에
반가운 이 찾아올세라
가을 마중을 나와서 좋고
마지막 여름을 갈구하는
매미의 처절한 몸부림이
왜 이 깊고 깊은 산중에
쩌렁쩌렁하게 울러 퍼져 들리는지를
소리인지를 알아야 한다
굽이치는 계곡 길마다
차가운 네 마음도 담가보고
금세 식어버릴 것 같은 내 마음도
이 깊은 계곡 골짜기의 마음이 되어
변해가더이다
매미소리
까마귀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합장되어
나를 이 고요한 산사에 번민을 멀게 하니
큰 깨달음과 깨우침이 뭐 있으랴
네 발자취 스쳐지나 따라가는 곳이
내가 머물 곳이 되지 았겠냐 만은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마음의 근심을 달래고
반야의 마음이 생기느니
이는 곧 해탈의 마음이 되어가더이다
금대계곡2021.8.15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