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향(樂鄕)

- 새들의 고향 낙원으로 떠나자

by 갈대의 철학

낙향(樂鄕)

- 새들의 고향 낙원으로 떠나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여기에 오르지 않고서야

어떻게 천하를 거머쥘 수야 있으랴

어찌

하늘만이 손바닥이라고 가린들

땅의 신령들을 깨울 수가 있으랴


마음만이 천하를 얻을 수 없음이요

하늘 위에 하늘이 있나니


구름 덮여오면

햇살도 잠시 잠을 청하거늘

그때는 잠시 땅의 기운들도

휴식을 취하여야

세상의 이치가 돌아가거늘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또 하나를 버려야 사느니

하늘의 뜻이 정녕 그러하면

땅의 기운은 늘 어머니의 품속이거늘


어찌 하늘의 운을 따르고

땅의 기운을 모를 손 치던가


하늘은 가릴 수 있으나

하늘보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앞을 가리고

땅은 그저

하늘이 하는 일만 따라나서야

그 기운을 받아야 하느니


엄니

농사일 잘되고 못됨을

어찌 하늘만이 안다고 말할 수 있겠소

하늘에는 햇살이 있겠지만

구름이 되어야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리니 말이오


다음 일은

농부의 일이 되어가니

그때그때마다

절기를 잘 타야 하지 않겠소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이곳에 와보아라

그 무엇을 얻고 가고자 함이오


이곳에 오면

성냄도 탐욕도 잊히고 가져갈 수 없거늘

여보게들

인간 세상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거늘

그럴 바에야 지나가는 스치는 풀 한 포기

이름 모를 들꽃들에게나

말이라도 따뜻한 인사라도 건네줌세


해발 천 미터 넘는 산사에 들려보아

번민과 번뇌가 무엇인지

어느 늙은 수도승의 새벽 경전 읽는 소리에

깨어나는 아침 햇살에 빛나는 머리가

태양보다 왜 빛나고 찬연할 수밖에 없는지를


속세를 떠나 경전 한 소절 한 소절

한가락이 들려주는 마음은

가히 미개한 이를 깨우치기에 충분하고


억만 겁 되뇐 독송의 의미도

목탁 두드리는 소리에 곧

반야의 길로 접어드는 길로 이르게 되나니


치악의 뜰에 범종소리가

이 고요한 산야를

울부짖게 하고 깨우게 한다


하늘이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땅은 어머니의 마음일세

끝내는 모성이 품어야 잉태하고


내가 여기에

올라올 수밖에 없는 사연을

그대는 아는가


오랜 세월 든든한 뿌리의 나무도

한낱 비바람에 찢기어 쓰러지는데

떠나는 이의 아침에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라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말하려는지를


속세에 있으면 들을 수 없나니

하늘의 문은 하나이니

그 길이 넓고 높아서 찾을 길이 없고

땅의 문은 여럿이니

그 마음이 곧

대지의 기운을 품은 이 어머니의 품속이어라


그리하면 곧

바다의 깊이는 깊고 깊어 알 수가 없으나

넓은 도량과 아량을 베푸는 마음이야

바다와 같은 어머니 마음이니라


아 곡소리 난다

어기야 영차 어기야디야 어서 가자

님 계신 곳으로


지나는 이에게

나를 붙잡고 이구동성 물어오니

다행이야 쉬어갈 수 있네 쉬어가네


누가 누가 나를 잡아주면

이 길이 가는 길이라 알려줘

여담이나 들어보세

이야기나 해보세나


이 발길이 멈추지 않고 계속 가니

힘이 들고 어서 붙들어야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 주니 말이오


아유 엄니 나 죽소

힘들어서 더 이상 못 갈라요

이놈의 세상 뭐가 좋다고

산 꼭대기 올라오느냐 말이다


동네 뒷산도 있고

거기서 일출도 일몰도 보는데

왜 젊어서 사서 고생하냐


단풍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

나는 구름에 숨어버린

저 알량한 태양을 미워하지 않을 테다

단지,

구름 걷힐 때까지

쉬어가는 고개처럼 기다리려 하네




매 한 마리가 푸른 창공을 노니는

까마귀 한 마리를 뒤쫓고

이리저리 발버둥 치며 쫓기고 쫓아간다


쫓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지라

곧 까마귀가 공격하고

쫓고 쫓기고를 반복하니


곧이어

까마귀 무리 떼의 공격으로

매의 수난시대에 도래하였으니

거의 계산할 피할 사이도 없이

360계 줄행랑을 친다

상원사-남대봉-치마바위봉-향로봉-치악산비로봉-구룡사

https://m.tranggle.com/istory/view/20217707306



2021.9.24 치악산 대종주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