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지치기(2)
- 잔가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잔가지야 이리저리 뻗어가면
단정히 반듯이 머리 자르듯 하면
우리 멋쟁이 신사님 다녀오시는 길이
경치와 풍광이
이 얼마나 아름다워라 불러보랴
낭귀도 잘 자라고
햇살이 잘 들이치니
아랫동네 사는 이들도
오래간만에 햇살 비추어
행복에 겨워 아양을 떨어갔으니
그동안 어둠에 묻히다
살아왔었으니
다행이야 정말 다행스럽고
경사스러운 일이로다
그래도 이왕이면
가지치기를 잘해야 해
살짝살짝 커트 치듯 하면 단정한 아이
몽탕 몽탕 치면 까까머리 스님 될라
모진 가위로 치면
쥐 고구마 갉아먹듯이 되어 버리잖니
잘못 치면 내가 죽거나 다치고
그때는 아무리 뿌리가 잘 내려 있더라도
금세 식어버린 찻잔 속에 떠도는
한 톨의 잣이 유령선이 되어 떠돌 거야
다른 나무들이
금세 햇빛을 잘 받고 자라서
나의 키를 넘기고
대신에 내가 작아져서
다시 어둠이 피어날지 모를
그늘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몰라
적당히 치더라도 잔가지를 치는 순간
아파온다는 것을
너와 나의 마음으로
다가오고 말 거라는 것을
모든 게 때와 이치에 맞게 해 줄래
그래야 내가 살고
네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갈 터이니 말이야
2021.9.26 홍천 수 타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