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 슬퍼지려 하기 전에

by 갈대의 철학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 슬퍼지려 하기 전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나요


낙엽이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저리 밟히고 치어도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것이

불어오는 바람에 아픈 상처가 날려가니까요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어 더 쌓이고

슬퍼지려 하기 전에

그대 내게 먼저

떨어진 낙엽 세장으로 말해주세요


붉은 낙엽 한장은

지난날에 사랑의 증표로

퇴색된 낙엽 한 장은

지난날에 행복했던 증표로

앙상한 나뭇가지에 애처로이 매달려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마지막 흔들려버린 우정의 증표로


이별을 통보해주세요


그럼 난 이별의 예감이

곧 다가올 만추를 기다리는 사랑인 줄 알고

이 가을바람에 흔들려버린

떨어지는 낙엽에 마지막 몸짓에 절규의 아성


그대와 나의 마지막 사랑은

제9 비가의 책갈피 속에 사라진 사랑

뒹굴다 쓰러진 낙엽들의 잔치 속에

낙엽들에 층층이 퇴적되어 변해버린

이 가을의 마지막 낙엽을 기다리듯이


한 장 한 장 못다 읽은 책장을 넘기며

책갈피 속의 가둬둔 마음이

곧 그대와 나와의 오랜 오해와 진실로

실타래로 겹겹이 쌓인 허물의 벽을 위해


우리가 이 가을에 더 이상 낙엽을 바라보며

슬퍼지려 하기 전에 풀어가야 할

빈곤의 마음으로 다가오기를

진심으로 이해하겠어요


2021.10.14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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