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 가물가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내린다
봄비는 그해 겨울지나
내릴까 말까 하며
기웃기웃 넘나들고
여름 비는 알 수 없는 비야
이리 왔다 저리 왔다
금세 토라져
언제 폭발하질 모르는
할까 말까
오리무중 긴가민가 내리는 비
가을비는 요술 비
아침이슬 초롱초롱 빛났다가
저녁 무렵쯤이면
흐릿흐릿 갈팡질팡 하는
이내 저녁노을 붉게 물들어 가는 비
겨울비는 찬바람 불어
눈일까 비일까
아니다
오락가락하며 내리는
진눈깨비 되어
가물가물 하게 내리는 비
사랑의 비는 마술 비
그대 입술 보면 알아
삐쭉삐쭉 내밀면 가랑비
오밀조밀거리면 소낙비
입을 다물지 못한 그대는 장대비
그때는 말없이 휴식을 취할 거야
그게 상책이니까
괜히 기름 부을 필요가 없을 테니
네 머리에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쓸 때와 벗었을 때
머리가 젖으면 새록새록 적셔오는 비
우산을 받쳐 들면
금세 변해버리고 딴생각하는 토라 비
그럼 난
우산을 써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긴가민가 내리는 비에
이리저리 피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일 테니
내 님
세상살이가 모두 내뜻대로
강물처럼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 다 제 욕심이고
부질없는 마음인 것 같아요
삶은 손에 쥐고 있을 때 가장 괴롭고
손을 펼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2021.9.3 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