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 전장(戰場)의 말발굽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 새벽길을 떠나보았습니다
모두가 잠든 이곳을
그래도 일찍이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는
오늘 아침을 맞이하기까지
어두운 그 긴 거리를
멀리서 마치 전장의 말 발 굽처럼
다가오는 이들이 있어
설렘 반 두려움 반 따라나서는 마음은
가슴을 크게 요동치며 두드립니다
아직까지
잠든 이의 영혼을 깨우지 못한 새벽녘은
자유로운 영혼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가슴이 터질 듯이 들려오는
실낙 같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빛 하나에
희미하게 다가오는 한가닥 불 빚에 의존한 채
거칠게 뛰어오르는 검은 물체들은
흡사 전장에서 말 달리는
어둠의 흑기사가 다시
새벽의 지축을 울리며
새벽을 깨우듯이 달려옵니다
그 뒤를 나는 아무 말없이
다가오는 물체를 스쳐지나
뒤를 돌아볼 사이도 없이
저 멀리 동쪽에선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에
한 마음의 시름을 내려놓습니다
2021.11.14 행복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