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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5. 2021

금향 다원(錦香 茶園)

- 일박 일식(一泊一食)

금향 다원(錦香 茶園)

- 일박 일식(一泊一食)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내 쉴 곳이 어디메뇨

여기가 바로

네가 있어 쉴 곳 이더냐


서산에 해 떨어져 가면

섬진강 악양리 들판에

서산 저물어 저녁 햇살 드리우고

들판에 누운 햇살 가득 담는다


금향 다원에서 일박 일식에

저녁은 원래 주는 것이 아니라,

흥을 돋우고 주인 인심이 후한지라


소담한 반찬에

이것저것 내놓으니

이 맛이야 저 산을 오르는 맛이랄까


금향 다원에서

악양리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이미 벌써

우뚝 솟은 산세의 기운을 뒤로하고

넓은 마음의 악양 들녘을 바라보고 기다린다


새소리, 물소리 지저귐에

산새가 날아와 막걸리 마시는 나를 보니

큰 날갯짓을 하며 겁에 놀라 날아간다


산세가 좋아

아무리 높고 기풍과 기운을 담는다 하여도

사람이 기거하지 아니하면 살지 못하는 법이라


이 놈의 벌레들은

탁주 한잔에 취하고 싶은 건지

제 술잔에 빠져 헤어날 줄도 모르고

제 너머 서산 또한

석양에 헤어날 줄도 모르고


저 멀리 연기 나는 곳이 최참판댁이란다

파리도, 벌레도 술독에 빠졌구나

그것이 네 인생이고 내 인생 이렷다

악양 들녘에 비가 내린다


금향 다원에도 비가 내린다


2016.5.25 하동 금향다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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