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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03. 2021

달을 건지러 갔다

- 호수에 빠진 달

달을 건지러 갔다

- 호수에 빠진 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달을 건지러 떠난 어느 날은

칠흑 같이 깜깜한 밤이 찾아온다


부엉이 조차 울지 않는  야밤은

다시 찾아오는 적막감이 부르는

간신히 바람에 떠나가는

구름에 위로를 받아야 달이 지나가는

숲 속의 호수를 찾을 수 있다


달을 건지러 가는 것은

달을 따러 가는 것보다 험난하다


달이 어둠의 솦 속에 갇히고

이윽고 사경을 헤매고 찾아온 것이

달이 아직까지

찾지 못해 떨어진 달 위에 놓인

수북한 낙엽들로 덮여있다


나는 그 달을 위해

이 험준한 숲길을 기야만 한다


어느 숲 속

인적이 없는 호숫가에 떨어진 달이

초승달이라 밧줄을 동여매어야 한다


힘껏 닻을 내리꽂듯이

밧줄의 인양될 팔의 힘은

이  어둠의 빈 공간에 들려오는

윙윙 내는 소리는 흡사

어둠에 자식들의 본성이 지나가는 소리이다


이윽고

호수에 빠진 달을 건졌을 때

달이 침몰한 자리엔

달 없는 그림자 형체만 떠올랐는데


그것은 예전에 떠오르지 못해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마음 하나였다


2021.12.2  치악 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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