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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4. 2021

발자국과 발자취

- 오역(五逆)과 흔적

발자국과 발자취

- 오역(五逆)과 흔적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내리는

빗길을  발자국의 마음은

무형의 발자취


빗길을 걸을 때마다

때 묻은 밑창에 지나온 오역(五逆)

빗물에 씻기어 가는

흔적 없는 발자취


우박 위를 걷는 발자국

내 마음 으스러져

유리 파편이 되어 부서져 가는 

소리 없는 이유의 반항들 


맨발 위를 걷는 유리알 유희 속

떠나는 환희의 감홍에 감동되는

망나니 칼  춤 시위에

분수처럼 터져버린 짓밟힌 유혼들은

눈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밀려오다 밀려가

힘찬 파도 소리에 부딪히며

하얗게 포말이 거품이 되어 떠나는

알갱이들의 진화는 

마그마가 물과 만나는 인연의 다리


분화된 분자들

세포 분열 속

포식자들의 행렬을 위한 잔칫날은 


마지막으로 건져 올린

젓가락 세 수의 진수에

세발낙지의 국수는

늘 위태롭다


날카롭게 비수 되어

산산이 조각난 마음들이여


어느새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숨은 별빛처럼 다가와 내리면


비에 씻기어

빗물에 떠내려 가고 사라져 가는

너의 이별에 눈물의 고별사에

한 줌의 햇살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는 

눈꽃으로 다시 만나리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아라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면

부드럽게 다가올 네 숨결은

거칠게 불어닥칠

폭풍의 언덕 위에 선다


위를 사뿐히 내딛는

소리 없는 아우성에

시나브로 다가서는

하얀 설원의 지배자들이 뒤따른다


늑대의 후예들에 찢기어

최후의 만찬이

시작되는 종소리가 울리면


설흔에 피어난 꽃 하나는

이듬해 따뜻한 춘삼월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거라


설야에 쓰러져 가는

설인들이여

너무 슬퍼하고 괴로워 말지어다


하얀 이불이 소복이 덮여올 때면

지나온 너의 발자취  따라

떠나 나의 발길도


어느새 지나온  흔적도

내리는 눈 위에 쓰러져 가는 

마음과 동화되어 눈꽃으로 

다시 피어나리


2021.12.24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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