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가에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누나
- 감춰진 마음 드리운 마음
네 무덤가에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누나
- 감춰진 마음 드리운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 동장군 위세에
피어나지 못할
운명의 가늠새를 들여다보다
문득문득 사방팔방 드리운
무너진 성채와 병사들은 온데간데없고
대신하여 이름 없는 비목이 되어
다시 찬란한 휘장을 두르려 한다
겨울에 고깔모 쓰고
내 죽은 척 공동묘지 일랑 하며
한겨울 버틸 기세에
봄을 기다리는 자태가
한 겨울을 이겨낸 숨은 저력이
가히 위태롭기 그지없다
봄 아지랑이 겨워
움틀 움틀 피어나려는
가련한 네 몸짓을 보려는 마음이
다시 태어날 봄기운에
저마다 봄에 향연의 축제에
고개 돌릴 겨를 없이
이리저리 맴도는 마음에
너를 몰라볼까 염려되더이다
그 누가
네 마음을 헤아려주랴
그래도 나는
봄에 피어날 네 얼굴은 몰라도
묘비명에 쓰인
익히 낯익은
이름과 사진을 바라보며
다시 태어날 내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희망과 꿈을 안겨주고
다시 태어날 새 생명에
긴 겨울에 품어두었던
그 이름들을 하나둘씩 불러보고
마음에 담아볼 때
비로소
참다운 정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엄동설한을 잘 이겨낸
다가올 봄은
너를 위해 준비하고파
피지 못할 운명과
피어날 운명들에게 고함
그 순간을 이겨냈다고
또다시 시련이
안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이미
네 시험대의 무대였었고
앞으로 더 찬란하게 꽃 피울
대장정의 여행은
너를 위한 기다림이 되고 싶다
2022.2.14 장미의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