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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14. 2022

네 무덤가에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누나

-  감춰진 마음 드리운 마음

네 무덤가에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누나

-  감춰진 마음 드리운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 동장군 위세에

피어나지 못할

운명의 가늠새를 들여다보다


문득문득  사방팔방  드리운

무너진 성채와 병사들은 온데간데없고

대신하여 이름 없는 비목이 되어

다시 찬란한 휘장을 두르려 한다


겨울에 고깔모 쓰고

죽은 척 공동묘지 일랑 하며

한겨울 버틸 기세에


봄을 기다리는 자태가

한 겨울을 이겨낸 숨은 저력이

가히 위태롭기 그지없다


봄 아지랑이 겨워

움틀 움틀 피어나려는

가련한 네 몸짓을 보려는 마음이


다시 태어날 봄기운에

저마다 봄에 향연의 축제에

고개 돌릴 겨를 없이

이리저리 맴도는 마음에

너를 몰라볼까 염려되더이다


그 누가

네 마음을 헤아려주랴


그래도 나는

봄에 피어날 네 얼굴은 몰라도

묘비명에 쓰인

익히 낯익은

이름과 사진을 바라보며

다시 태어날 내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희망과 꿈을 안겨주고

다시 태어날 새 생명에

긴 겨울에 품어두었던

이름들을 하나둘씩 불러보고


마음에 담아볼 때

비로소  

참다운 정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엄동설한을 잘 이겨낸

다가올 봄은

너를 위해 준비하고파


피지 못할 운명과

피어날 운명들에게 고함


그 순간을 이겨냈다고

또다시 시련이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이

네 시험대의 무대였었


앞으로 더 찬란하게 꽃 피울

대장정의 여행은

너를 위한 기다림이 되고 싶다



2022.2.14 장미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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