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지우개
- 얼룩진 편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편지를 썼어
너의 마음은
‘사랑’만을 지우고 답장을 주었지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다시 편지를 썼어
너의 마음은
‘좋아’만을 지우고 답장해 왔어
마지막으로 나는
너를 '영원히'
기다릴 수 있다고 편지를 썼어
의외로,
너의 편지에 얼룩진
희미한 잔상에 번진
글씨체를 바라보게 되었어
지우개로 지우지 않은
네 마음은 이미
'눈물'로 대신해 가려졌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쓰인 편지의 글씨는
'사랑'의 눈물로 범벅이 된
진실의 마음이 네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갔던 거야
2022.4.29 봄비 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