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죽 2(조릿대)
-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일생에 단 한번
나도 너처럼
너도 나처럼
찬란하게 꽃 피우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싶다
홀로 필 때
가지지 못했던 마음
너처럼 화려하진 않았어도
백합보다 고운 숨결을 간직한 채
그렇게 네 모든 것을 지우며
이곳에 묻히고
다시 태어났어야 하는
네 운명을
나는 그렇게 닮아가고 있었다
네가 죽고서
내가 다시 태어나고
내가 죽고서
네가 다시 태어난다면
너는 나를 위해서
나는 너를 위하여
불태웠었야 만 하였던
지난 날들 앞에서
네 지난 모두의 추억들이
진정으로 행복했었는지 묻고 싶다
너 지고 떠나고 나면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리
차라리 나는
엄동설한이 오는 치악산에 올라
눈 내리는 한 겨울날에
푸른 능선길에 수북이 쌓인
너의 이정표를 바라다볼 때면
네 잎사귀 위에 입혀진
하얀 모시 두루마기는
옛 지난 하얀 천사가 내려오듯
하얀 소복을 입은
어머니 마음일랑 하면
그립던 마음 하나 건져보려는
망향의 동산을 거닐듯 하니
오월에 눈처럼 내리는 그 길을
새하얀 꿈속을 그리던
그 마음으로 나는
너와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2022.5.20 치악산 고둔치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