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은 만추(晩秋) 비에 젖는다

- 만추(晩秋)에 물들다

by 갈대의 철학

이 가을은 만추(晩秋) 비에 젖는다

- 만추(晩秋)에 물들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이 가을을 저물게 하는 것들

그대의 가을꽃을 만추라 부르고


이 가을을 꽃피우게 하는 것들

그대의 사랑도 지고 낙엽도 지니

그대의 겨울 꽃은 눈꽃이라 상고대라 부르며


가을을 떠나가게 하는 것들

마지막 몸부림에 울부짖는

그대는 만추 비라 부르리


이 가을을 떠나게 하고

아 이 가을이 나를 미치게 하는데

나는 어쩌면 좋으나이냐


저 끝 낙심에 매달려 있는 마지막 붉게 물드는

그대의 사랑은 머물지 못하고 낙향하고 마는데


이 가을이 나를 끝없이 물들어가게 하는데

이제는 못다부른 가을을
가을이라 부르지 못하
애석하고 한량없는 마음을 어떻게 지키랴


이 가을이 나를 미치게 물들게 만드는 데 있어

가을이 낙엽들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그대의 고운 단풍의 맵시 있는 자세는 아니더라도

바람따라 이리 뒹굴고 저리 뒹긔는 세상에

어느 이름 모를 단풍이
내곁에 시나브로 내려앉았다


가을이 떠나가요

가을이요


고둔치 계곡에서 생을 시작하여

백운산 계곡 자락에서
생을 마감하는 너의 운명은


예전에 못다 내린 하얀 설빙 가루에 현혹되어

어느새 하얗게 분가루 뿌리듯 눈내린
네 모습을 찾으러 떠나가게 만드는구나


어느 이름모를 소녀의 가느다란 떨림의 기도소리도
이 계곡의 끝 자락에서 쌩쌩 불어오는
찬바람과 함께 부딪혀 아득히 들려오는 듯하여


여린 가느다란 두손의 합장된
마음의 기도 소리는
곧 불어닥칠 된바람에 사뭇혀 버렸네


다시 들리는듯이 찾아 떠나가며 시작하는 것이

내가 너를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네 운명과 닮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