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와 동종
- 비망록에 지워진 네 이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세상에 태어나
하늘 한번 보면서
너를 사랑한다고 말을 처음 했었지
그런 나를 보면서 떠나가는
가득한 눈길에
너와 나는
언제나 눈빛만을 나누었네
세월 따라 떠나온
긴 여정길에
무엇이 남아있느냐며
돌아서는 눈물 한편에
쓰라린 이별에 고배를 마시고
목젖에 넘어가는 뜨거운 한잔에
지나온 그리움의 추억 넘기듯
한잔 두 잔 석 잔에 떠나온 뱃멀미에
이제껏 기나긴 기다림으로
쓰라린 내속을 달랠 수가 없었네
타닥타닥 타닥타닥
길 없는 길 위에 놓인
길 떠나는 나그네의
배낭 벗 짚 이엉 지고 산을 오른다
터벅터벅 터벅터벅
산기슭에 다다랐을 때
오름의 발자국 소리에
지축이 흔들린다
탁탁탁 탁탁탁
고요한 숲 속에 가려진
내딛는 지팡이 두드리는 소리에
숲 속의 하모니
내게 들려 전해오는데
땡땡땡 땡땡땡
달그랑 달그랑 덜그렁
울러 퍼지는 산야의 동종 소리에
내 마음의 비망록에 지워진
네 이름 석자를
다시 깨어나게 한다
갈대의 철학 돌 세우기
2022.6.10 치악산 상원사 남대봉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