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떠나온 파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포말 되어 사라진 너

by 갈대의 철학

한 번 떠나온 파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포말 되어 사라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 길에 접어들어

바람의 잎새에 누운 곳이

내가 걸어가야 할 이정표라고


멀 길을 바라보면

길을 걸으며 머뭇거리다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면

길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때

이미 나는 내가 도착할 곳을

예견하였네


불어오는 바람에

살며시 귀 기울여 님 소식

들어보려 할 때


지나는 다른 바람

세차게 불어오더니

귀에 익을 듯이 들리는 소리

그대가 낚아채어

하늘로 하늘로 더높이 나네


저 바다 위

갈매기 한 마리가

그대 대신

끼룩끼룩 말을 전하는데


불어오는 바람아

내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닌데

어쩌면 좋으랴

네가 가져갈 것은 오직

남몰래 훔친 내 눈물뿐인데


뒤돌아 보지 마라

뒤돌아서 울지 마라


사랑이라는 게 다 그런 거잖아

사랑이라는 게 다 바람처럼

모였다가 사라지잖아


괜찮아 괜찮아

네 마음

아프게 한 나를 용서해다오


이 넓은 세상에

이 넓은 바다에

어디 내가 숨을 곳이 없더냐


그래도 나는 떠나야만 하는데

저 하늘 저 아래

살아 숨 쉬는 바다의 파도가

부딪쳐 온다

어느새인가 잊힐 듯이 떠나는 마음


나는 부서진다

산산이 저 파도와 같이

부딪혀 쓰러지지 않으면

나 스스로

말 없는 갯바위가 되려 하고


떠나온 파도야

너는 알고 있는 거니

네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와

포말 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나의 갯바위는

마지막 파도가 부딪쳐 올 때의

아픔을 기억하고


마지막 바람이 불어와

내 곁에 속삭여 줄 때를 기다릴 때가

내가 너를 기억하는

순간의 찰나를 맞이 할 때였네


2022.7.29 용두암 해변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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