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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2. 2022

태양의 그늘

-  동굴(Cave)

태양의 그늘

-  동굴(Cave)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태양은 두 개의 심장을 지녔다


달은 동굴을 품어 잉태한다


동굴은 두 개의 마음을 꺼낸다





동굴이여 동굴이여


너의 시작과 끝을 말하라



어둠에 익숙해


너로 하여금 나를


또 다른 세상에 잇게 하고


나를 통해


세상의 빛을 탐하는 너는



빛이여 깨어나라


어둠이여 깨어나라


이 길로 접어드는 순간


너와 나는  


또 다른 세상을 넘나 든다



태양의 붉은 심장으로


너를 깨워 아침을 만들고


달의 마력으로 너의 침실에 들어


달콤한 입술로 키스를 청하니



깊고 깊은 심해 속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고래뱃속은 언제나 너의


아늑한 휴식처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기까지


내 곁을 지킬 수 있는 너는


곧 태양이 가까워질 때쯤이면



동굴 속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익히 알기에


일찌감치 서두른 탓에



꿈속을 헤매듯


저 멀리 초저녁 금성이


반짝이며 다가온다

2022.7.28  제주 미천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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