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만 걸을 수 있나요
- 꽃길만 걸을 수 있나요
눈길만 걸을 수 있나요
- 꽃길만 걸을 수 있나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떨어져 지나는
어느 이의 발자국 소리에
지난가을
낙엽 떨어지며 밟히는 소리가
그대 인양하며 놀란 인기척에
몰래 가슴 쓸어내린 적이 있었지요
오늘도 예전과 같이
같은 길을 걷고 또 걸어보아도
떨어진 낙엽 대신
메마른 꽃길을 걷는 것은
예전에 바람에 날려 떨어진
낙엽들을 주섬주섬 불러 모아
수북이 쌓인 마음인들 못하지만
이리저리 바스락바스락
쥐 천장 긁는 소리처럼
그날의 소리가
들러오지 않았어도
예전에 그대가
몰래 다가가 올 때면
멀리서도 작은 숨소리와 향수가
아카시아 꽃 향기보다도 진했던
기억의 순간들을
지금도 그날을 잊지를 못합니다
지난 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아스라이 별이 지듯 사라질 테면
그 많았던 수많은 소리도
잠시 멈추고
내 귓전에 메아리 되어 들리듯
어느새 캄캄한 밤하늘
유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다른 별빛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채워져 오고
나는 떠나온 빛의 그 별에
그대의 아명을 다시 불러본즉 하여
아련한 추억의 이름도 지어 불러봅니다
그때의 마음은
그때의 심정은
그대의 발자국에 낙관 찍히듯
알알이 제 가슴에
오늘도 별이 떨어지는 꽃잎 바라보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 따라 가면은
내 이름 석자도 따라 실어 보내고
그대 내 마음에
한 점 구름이 되어 남으면
저 하늘 떠도는
구름에 낙인 되어 함께 떠나갑니다
2022.5.19 옥녀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