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 무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붕붕 부우웅 부우웅
자동차 엔진 소리에
님 도착하는 소리인 줄 알아
미리 준비해둔 마음을
앞서 마중 나서네
뚜벅뚜벅 뚜벅뚜벅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내 님의 구둣발 소리인 줄 알고
뒤를 돌아서 보니
떠나온 내 구두 발자국 소리에
놀라 나도 몰래 흠칫거렸네
두두두두 두두두두
전장을 누비는
말발굽 소리인 줄 알아
옆을 바라서 보니
잠시 스쳐 지나듯
꿈꾸던 모습은
가슴 뜨겁게 울려오는 징소리에
전율을 느끼네
쏴아아 쏴아아
불어올 듯 말 듯
잠시 스쳐 지난 바람에
딸그랑 딸그랑 울리며
적막을 깨우는
영원사의 풍경소리에
해탈의 번뇌를 일깨우네
나는 말하려네
소리들아 들리느냐
들려오느냐
너스레 한 너희들이 내는 소리들
내게는 모두
인위적인 소리이자
자연의 소리가 아니다
나는
네 모습에서
진정 무언의 소리를 들었다
소리 없는 발자국 소리에
인간은 놀라 두 눈 뜨이고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에
귀신이 다녀간 듯 섬뜩함을 말한다
꽃을 보라
아니
피어날 때 소리를 내던가
저 푸른 창공에 활공 짓하는
새들을 보라
어디
그대들의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리던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라
가히
그대들의 힘차게 꼬리를 쳐도
소리가 들리던가
아니다
심지어 사람의 음식 씹어 먹는 소리
숨 쉬는 소리조차
작은 소리도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너에게로 들려오는 소리
내게서 멀어져 가는
무언의 소리는
너의 낯익은 소리
치악산 비로봉
숯불 달갈비
족두리꽃(풍접초)2022.8.27 시골에서